[에듀테크]AI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로 격하…윤정부 핵심정책 4개월 만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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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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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천재교과서

 

법사위 통과로 본격화된 AIDT 지위 박탈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표결 처리했다. 재석 위원 15인 중 찬성 10인, 반대 5인으로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교과용 도서의 정의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하고, '교육자료' 범주를 신설한 것이다. 특히 AIDT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및 전자 저작물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에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안 되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찬성으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AIDT 개발한다고 상당히 큰 예산이 들어갔는데 지금 또 당장 교육자료로 변경하면 혼란이 예상된다"며 최소 1년의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30% 채택률에서 더 급락할 전망

현재 AIDT의 채택률은 이미 30%대에 머물러 있어 정부의 기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13일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 각 과목별 AI디지털교과서 채택률은 30% 미만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수학 23.8%, 영어 24.4%로 가장 낮은 채택률을 보였고, 초등학교 4학년은 수학 29.2%, 영어 29.6%로 상대적으로 높은 채택률을 기록했다. 전국 11,932개 초·중·고 중 AIDT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총 3,870개로, 전체 평균 채택률은 32.4%에 그쳤다.

시도별로는 대구가 98.1%로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세종은 9.5%로 가장 낮아 지역 간 격차가 최대 90%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 여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채택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듀테크 업계, 수천억 투자금 회수 불투명

AIDT 지위 격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에듀테크 업계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AI 연수 및 공공 플랫폼 국비 약 5,300억원, 인프라 비용 약 8,000억원, 개발사 출원 비용(한 종당 약 40억원씩 200여종) 등을 포함해 총 1조원 이상이 AIDT 사업에 투입됐다.

주요 교육기업들은 AIDT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천재교육은 2024년 개발비로 166억원을 투자하며 전년도보다 약 54% 증가된 규모의 투자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서발전위원회는 "약 36,000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 수십만 명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교육자료는 학교에서 의무로 사용할 이유가 없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발행사에서 AIDT를 담당한 직원들은 기업 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입된 인력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교육 격차 심화와 예산 부담 전가 우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육 격차 심화다. 교과서는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나 학생이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2025~2028년 4년간 AIDT 학생용 구독료로 최소 1조9,252억원에서 최대 6조6,156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 구독료를 5,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4년간 총 4조7,255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중학교 수학교사는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 학교는 사용하기로 선정한 AIDT를 돌연 취소했다"면서 "올해 학교 예산이 조금씩 삭감돼 만약 학교에서 AIDT 사용료를 부담하면 다른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1년 후에 사용하자고 결정됐다"고 전했다.

교육 전문가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저작권 할인 혜택이 없어진다"면서 "기업 수 제한 시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부족한 학교는 디지털 교육 혜택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재의요구권 행사 후 재추진된 법안

사실 이번 법안은 처음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말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시행되지 못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AI교과서)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갑자기 정책이 바뀌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윤석열 정부에서 그냥 밀어붙였던 것 아닌가"라며 "정책에 사전 연구 용역도 안했고, 검증 절차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당장 해'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미래 교육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 질문

AIDT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교과서 지위 문제를 넘어 미래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AIDT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혁신 과제'로 규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교육 현장의 저조한 반응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오는 24일 본회의 표결 결과에 따라 한국의 디지털 교육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경우,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교육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