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및 산업] 트럼프 대중 완화 전략, '희토류 협상'이 변곡점…경주 APEC서 정상회담 가능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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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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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바꾼 미중 관계의 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노선이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미중 간 무역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3개월 전인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성능을 낮춰 만든 인공지능 칩 H20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입장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였다고 분석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을 때, 행정부 인사들은 중국이 곧 굴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이 4월 4일부터 희토류 7종(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의 수출을 통제하며 맞불을 놓자,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생산 차질 위기에 봉착했다.

포드, 스즈키 등 여러 기업이 공급 부족으로 공장을 폐쇄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보좌진은 중국의 반격이 초래한 위협에 놀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후 미국은 중국을 '달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미중, 런던 합의가 전환점

미중 양국은 지난 6월 10-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제네바 합의 이행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중국과 제네바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에 합의했고, 이 조처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처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 해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는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에 중국에 이런 칩 구매를 허용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막았고, 이후 중국과 (희토류) 자석 합의를 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5일 90분간의 전화 통화에서 상호 방문을 초청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중국으로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백악관 내부 변화: 강경파 축출과 온건파 부상

대중 입장 변화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중 강경파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대중 강경파 인사들 다수가 최근 몇 달간 '충성심 부족'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며 "대신 백악관 인공지능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와 같이 대중국 수출 통제를 비판해 온 인사들이 기술 기업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고 전했다.

NSC 조직은 대대적인 축소 작업을 거쳤다. 전체 직원 수가 395명에서 수십 명으로 줄어들며 4분의 1 이상이 해고되었다. 특히 4월에는 강경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조언을 받아들여 NSC 고위 관계자 6명을 해고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화폐 차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색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하며 대중국 기술 수출 통제 완화를 옹호하는 인물로, 페이팔 전 COO 출신의 기술업계 대표 인사다.


엔비디아 H20 칩 수출 재개의 숨은 배경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월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H20 수출 재개 소식이 나왔다. 황 CEO는 그간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업체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러트닉 장관은 "H20은 성능 기준으로 네 번째에 불과한 오래된 칩"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최고의 제품을 팔지 않는다.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좋은 제품도 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되도록 하는데 충분한 만큼을 팔고 싶다"고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밝혔다.

엔비디아는 H20 수출 중단으로 45억 달러의 부담 비용이 발생했고, 다음 분기 8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수출 재개는 엔비디아에게 상당한 경제적 구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시진핑 미중 정상회담 외교 장면
이미지: 트럼프-시진핑 미중 정상회담 외교 장면, perplexity 생성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미중 정상회담 무대로 부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 전 중국을 먼저 방문하거나, APEC 행사 기간에 시 주석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찾는다면 2017년 베이징 방문과 차별화를 위해 상하이나 다른 도시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첫 대면 회담 후 "양측 모두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17일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참석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

H20 수출 재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H20에 탑재되는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 제품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일부는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H20 재고를 상당히 쌓아두고 있는 만큼, 당장 새로 수출되는 물량으로 한국 기업들이 추가 공급해 실적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는 현재 45억 달러 H20 재고를 보유 중이며 이는 1개 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과 남은 과제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항공기 부품, 에탄 수출을 제한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배터리 기술 수출을 차단하는 등 맞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희토류 관련 라이선스가 중국 정부로부터 6개월 단위로만 부여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이 기술 정보 제공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불만이 여전하다. 지미 구드리치 랜드연구소 기술자문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중국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기술·무역정책이 휘둘리는 상황에 빠졌다"며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최대 과제"라고 평가했다.

APEC 정상회의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관세, 펜타닐, 희토류, 반도체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정상 간 모종의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대만 문제나 미국 내 대중 강경파 등 여러 요인이 회담 개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