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학과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기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디지털 융합 멘토’다. 현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국가혁신성장동력 기획위원,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 

미래성장동력 분과위원, 세계경제포럼(WEF)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위원 등 다수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강연과 방송을 통해 기업과 대중에게 변화하는 시대의 디지털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AIAI와 인간의 역할 혁명,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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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이 우스꽝스러운 무성연기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는 코미디 영화 치고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강력한 영화였다. 컨베이어 벨트 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찰리는 하루 종일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한다. 단순 작업의 결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여버리는 강박 관념에 빠지고 찰리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급기야 정신 병원까지 가기도 했다.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현대인의 삶과 대공황 시대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풍자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려 했던 것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산업혁명 시대에도 노동자들은 오히려 기계보다 못한 피폐한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였을 거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인류는 이후 대공황을 잘 이겨내면서, 산업 혁명으로부터의 이기를 제대로 활용하여 제조 문명을 안착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계로 대체된 인간의 일자리는 일부는 주 5일제와 같은 여가로, 일부는 새로운 일자리로 채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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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 '모던 타임즈' 재연 이미지 (Gemini Nano Banana로 생성)


2024년 현재 인류도 모던 타임즈 시대와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현재 AI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생성형AI 기술은 거의 모든 분야의 인간의 지식 노동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코딩하기와 같은 명확한 창작 영역에서부터 금융 투자, 건축 설계, 신약 개발, 의사 결정 등 매우 복잡하고 중요한 영역에까지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술, 출판 업계에서는 AI가 생성한 작품이 인간의 창작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제는 매우 높은 퀄리티를 가진다. 예를 들어,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불티나게 스트리밍 재생이 되어, 저작권료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23년 발표된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따르면 전세계 직업 군 중 대략 60%가 AI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AI가 각 직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약 30%대에서 최대 70%대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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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전세계 직업군 중 AI의 영향을 받는 비율과 AI 영향도


단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 대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는 개발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거나, 신규 고용을 대폭 축소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AI가 개발을 대신해주는 로우코드 (low-code), 노코드 (No-code) 툴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것은 AI 분야의 발전에 개발자들이 가장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 봤을 때, 매우 충격적이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식 노동이 많은 대표 업종 중의 하나인 금융업에도 AI는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2024년 블룸버그는 금융, 경제 분야에 특화된 언어 모델 ‘블룸버그GPT’를 출시했다. 블룸버그GPT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로 훈련한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평가하고, 경제 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 작업을 수행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위해 지난 40년 이상 수집, 축적한 경제, 산업, 금융 관련 문서를 기반으로 대규모 훈련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고객 자산 상담에 생성형AI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챗봇은 고객과 긴밀한 대화를 진행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생성형AI는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창의적인 답을 내놓는다. 앞선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고객이 사전에 제공한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특화된 답을 내놓기에 향후 인간 자산 상담사의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융상품 제조, 운용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자사의 금융 기반 데이터를 학습한 sLLM (small Large Language Model; 특정 분야의 지식을 중점적으로 학습시킨 소형 언어모델) 등을 기반으로 자사 금융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까지 하는 생성형AI를 구축할 수 있다. 현재, 로보 어드바이저라는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는 분야다. 다만, 지금까지의 로보 어드바이저 기술은 ‘어드바이저’, 즉 조언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고객의 자산을 AI가 직접 운용하기보다는 인간 자산 운용사에게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거나, 세팅 되어 있는 기준에 따라 자동 구성, 자동 매매, 리밸런싱 등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생성형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AI가 스스로 전략을 설계하고, 스스로 설계한 전략에 따라 매매를 수행하고, 고객에게 직접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경영진과 최고경영자(CEO)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옥스포드 경제연구의 데이터에 따르면 경영진, 심지어 CEO도 경쟁사 평가로부터 전략적 의사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에 생성형 AI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이론상 최대 영향력(업무가 생성 AI에 의해 자동화되기 쉬운 정도)이 25% 이상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AI는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수행자가 되었다. 향후 인간은 일부 영역에서는 AI와 협업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AI와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는 과연 우리 인류가 바라던 바일까?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인간이 원하고 의도한 미래가 맞을까? 


온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AI로 인한 미래 사회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 참고문헌 

  • Goldman Sachs Research, “Generative AI could raise global GDP by 7%”
  • Oxford Economics, “CEO decision-making in the age of AI: Act with int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