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REND


놓칠 수 없는 최신 IT 이슈






전력망 병목이 불러온 글로벌 에너지 위기: AI 시대 전력 인프라 혁신의 시급성

테크브루
2025-07-24
조회수 2608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는 '전력망 그리드록', 한국도 예외 아니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력망 접속 지연 문제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와 A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곳곳에서 건립이 확정된 데이터센터의 약 20%가 심각한 가동 지연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전력 개발업체들이 최대 10년에 달하는 전력 연결 대기 시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d30f1ff266107.png

글로벌 전력망 접속 지연 현황과 전력 용량 가격 급등 추세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에서는 전력망 연결을 위해 평균 7년에서 최대 15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경우 전력망이 포화되어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접속 신청을 아예 받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영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현재 기업들이 최대 15년씩이나 전력망 연결을 기다려야 하는 '그리드록' 상황"이라며 "지난 5년간 전력 접속 대기 신청이 10배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2035년까지 730GW 이상의 발전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며, 일부는 최대 15년 후인 2030년대 중반에야 전력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AI와 데이터센터 급증이 만든 전력 수요 폭발

이러한 전력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확산에 있다. IEA는 AI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향후 5~10년 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에서 2030년까지 945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 전체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반 데이터 처리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제조업 전반의 에너지 집약 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23년 기준 150개에서 2029년 637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 수요는 1,986MW에서 4만 9,397MW로 약 25배 폭증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에 국내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어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신청 용량 7,343MW 중 실제 공급 가능한 용량은 4,718MW에 불과해 36%의 전력 부족이 예고된 상황이다.


전력 용량 가격 800% 급등, 에너지 인플레이션 심화

전력망 부족 현상은 전력 용량 요금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미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인 PJM의 경우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과 10년 이상의 인프라 공급 축소가 겹치며 2025-2026년 전력 용량 경매 가격이 전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PJM의 용량 요금은 1년 새 28.92달러에서 269.92달러로 급등했으며, 최근 2026-2027년 경매에서는 사상 최고치인 329.17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니콜라스 아미쿠치 애널리스트는 "전력수요 증가가 신규 발전 투입 속도를 계속 앞지르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공급난에 따른 높은 용량 비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PJM 경매 결과로 발전기업 주가가 5~9% 급등하는 등 발전 용량 부족이 전력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의 전력 용량 시장에서 2027-2028년도 공급분 입찰가는 역대 최고치인 65파운드/kW에 형성됐으며, 목표 용량보다 2,000MW가량 부족한 공급만 확보되자 가격이 치솟았다. 오는 2028년에 전력 수요 피크 시 7.5GW의 공급 부족 '에너지 크런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전력망 투자 부족과 노후화, 악순환의 고리

전력망 확충 지연의 근본 원인은 투자 부족과 인프라 노후화에 있다. IEA는 "현재 전 세계 그리드 투자(연간 약 4,000억 달러)는 발전·전기화 투자에 비해 현저히 적고 이는 전력 안보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IEA는 2030년대 초까지 송배전 투자를 발전 설비 투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2배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전선로 건설에는 8년 이상 걸리고, 변압기·케이블 등 핵심 장비의 공급망 병목에 따른 지연이 겹쳐 투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투자 지연과 설비 확충 한계가 용량 요금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IEA의 분석에 따르면 전력망 부족으로 2050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후공약 달성 시나리오 대비 15% 감소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각각 20%,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력망 확보 지연 시 2030-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이 58Gt(기가톤)에 이르며, 기후공약 달성 시와 비교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6배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와 경제적 파급효과

전력망 제약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이 부각되자, 일부 데이터센터 기업은 필요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 산업의 전력 수급 애로가 심각해 정부가 전력망 연결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 상승은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유럽 에너지 위기 당시 일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고객 요금을 올리거나 고정 가격 계약을 포기하고 실시간 전력비 연동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업 역시 고품질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산업으로 전기 요금 상승에 민감하다.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애리조나주 등지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지역 사회와 전력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기차 산업도 마찬가지로 지역 배전망 용량 부족으로 고속충전기 설치가 지연되는 곳이 늘고 있으며, 전기료 인상은 전기차 운전자의 충전 비용 부담을 키워 전기차의 경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

전력망 문제는 글로벌 금융 시장과 투자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력망 부족으로 용량 요금이 급등하면서 발전소나 송전망 등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PJM 용량 경매 이후 미국 증시에서 발전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으며, 노후 가스발전소나 디젤 발전기 같은 전력 피크 대응 자산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쏠렸던 관심이 송배전망, 에너지 저장 등 계통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으며, 노르웨이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은 "저탄소 경제 전환으로 혜택 볼 기업에 투자한다"며 전력망 업그레이드 기업을 기후 솔루션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력 여건이 양호한 지역의 데이터센터 부지는 품귀 현상으로 임대료가 뛰었고, 반대로 전력 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은 투자 유치에서 밀리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세계 데이터센터 임대료는 올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3.3% 올랐으며, 북버지니아(+17.6%), 시카고(+17.2%), 암스테르담(+18%)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크게 상승했다.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력망 문제는 거시경제에도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전력 요금과 가스 가격이 급등했을 때 EU 소비자물가 상승의 40% 이상을 에너지 품목이 주도했다.

IEA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가계를 빈곤으로 내몰았으며,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게 했고, 경제성장도 둔화시켜 여러 나라가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2년 유럽 화학·비료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생산을 크게 감축했으며, 중국에서는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력망 투자 부진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전력 인프라가 확충되지 못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신규 투자가 지체되고, 이는 곧 GDP 감소로 이어진다.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 만성적 전력난을 겪는 국가들은 잦은 정전으로 연간 GDP의 수%대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이러한 글로벌 전력망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분야 핵심 공약인 '에너지 전환을 기반으로 한 산업 업그레이드' 실현을 위해 정부가 2030년까지 '제2의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되는 '에너지고속도로' 개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2030년에 첫 개통을 목표로 삼았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말한다. 현재 국내도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 부족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핵심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2030년 서해안에 우선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이를 남해안, 동해안으로까지 넓혀 2040년에는 전 국토에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가 놓이게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전력이 건설할 서해안 HVDC는 신해남∼태안∼서인천을 거치는 구간이 430㎞,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이 190㎞에 이르며, 총비용은 7조9,000억원, 수송 능력은 8GW에 이른다. 정부는 2036년까지 총 620km의 HVDC 해저 송전망을 구축해 호남의 원전·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국제 사회의 전력망 혁신 경쟁

글로벌 차원에서도 전력망 혁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존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틀을 새로 짜겠다고 발표했으며, 연방 차원의 단일 기준을 통해 주별로 산재하는 해로운 법규를 방지하고, 자율주행차 출시를 위해 필요한 정부 허가 절차를 수년에서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연합은 2019년부터 가이아엑스(Gaia-X)를 통해 산업 간 데이터 공유 프레임워크를 정립하고 있으며, 카테나엑스(Catena-X)를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배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계도 카테나엑스 도입을 예고하면서 산업데이터 표준의 글로벌 운용성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영국은 'Clean Power 2030 Action Plan'을 통해 스마트그리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BESS)와 스마트미터 기술 수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자율주행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레벨4 도입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력망 혁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전력망 접속 지연과 용량 가격 급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전력 위기는 단순한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력망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력망 혁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전략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 주민 수용성 확보, 국제 협력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력망 부족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과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전력 인프라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력망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전력 위기 상황을 나타내는 이미지



참고자료

2024년, 연합뉴스, "IEA "2050년 전력망 부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2.6배↑ 전망""

2024년, 그리니엄,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수도권에 절반 이상 집중…전력 수급 안정"

2024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AI로 인한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대응방안"

2024년, SDX Foundation, "전세계 전력망 부족 '넷제로 달성'에 걸림돌 위험 경고 - IEA 보고서"

2024년, 뉴스토마토, "(예고된 전력대란)②데이터센터 전력 지속 증가…예고된 대란"

2024년, 프리미엄 네이버, "지금 전력 관련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PJM 전력 경매 결과"

2025년, Daum, "10년 기다려야할 판"…AI산업 폭발에 글로벌 '전력망 비상'"

2025년, 전기신문, "[기자수첩] "전력 없인 미래 없다"…AI 데이터센터 '전력난' 경고등"

2025년, 포이코노미, "AI가 전력 수요 지형 바꾼다…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2배"

2025년, 조선일보, "인허가 발목에…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준공 8년 지연"

2025년, 트레이딩뷰, "미국 최대 전력망 에너지 경매에서 가격 22% 상승"

2025년, 서울경제, "송전선로 31곳 중 26곳 건설 지연…'AI 첨단산업 걸림돌'"

2025년, 한겨레, "이재명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2025년, ESG경제,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 2036년까지 건설…무탄소 전기 공급"

2025년, 에너지전환포럼, "[이슈브리핑]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의 주요 쟁점과 대안"

2025년, KOTRA, "'클린 파워 2030 액션 플랜'이 여는 영국 스마트그리드의 미래"

2025년, 조선일보, "한전, 2038년까지 전력망에 73조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