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경쟁 규칙이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시장의 승자는 주행거리, 편의 기능, 제로백 등 성능 지표로 결정되었지만, 전기차와 SDV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지금,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가격 경쟁력을 넘어 ‘안전과 신뢰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선호의 변화를 넘어선 현상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규제 기관이 강화된 기술 표준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마케팅 포인트가 아닌,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절대적 전제 조건이 되었다. 과거 Euro NCAP과 같은 충돌 시험이 수동적 안전성의 척도였다면, 이제 시장은 배터리 셀의 열 안정성부터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 OTA 업데이트의 배포 절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한 능동적이고 예방적인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 소유 차량의 ‘절대 안전’
전동화 및 지능화 시대의 첫 번째 관문은 개인이 소유하고 운행하는 차량의 하드웨어와 시스템이 ‘절대 안전’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다. 이는 핵심 부품의 무결성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명확한 책임 소재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배터리는 그 핵심이다. 중국은 2026년 시행 예정인 국가표준(GB 38031-2025)을 통해 기존의 ‘열폭주 후 5분 대피’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열폭주 시 무화재·무폭발을 의무화했다. 이는 ‘발화 제로’를 법제화한 것으로 가혹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CATL은 이에 대응해 2025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NP3.0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열폭주 상황에서도 1시간 이상 고전압을 유지해 차량 제어권을 보장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시대의 사고 책임까지 고려한 기술적 선언으로, CATL은 “안전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시스템 프레임워크”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술적 신뢰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Figure 1. CATL의 Shenxing Pro 배터리에 적용되는 NP 3.0 기술 (출처: CATL)
지리자동차는 ‘지야오통싱(Jiyao Tongxing)’ 브랜드를 통해 ‘안전의 평등화’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지스(Aegis) 골든 브릭’ 배터리를 공개하며 탱크 압착 등 군용 등급에 해당하는 극한 조건 테스트를 통과함으로써, 규제를 뛰어넘는 안전성을 증명하고 새로운 시장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레벨 2 ADAS 역시 규제의 중심에 섰다. 기술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자, 주요 시장들은 운전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2024년 DCAS 규정(UN R171)을 통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을 의무화하며 ADAS를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명확히 정의했다.
중국MIIT는 레벨 2의 기술에 ‘자율주행’ 용어 사용을 금지하며 한계를 명확히 했고, 미국은 NHTSA의 오토파일럿 조사처럼 실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사에 강력한 책임을 묻고 있다. 결국 개인 소유 차량 시장에서는 배터리부터 ADAS까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시장 진입을 규제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출시 이후의 ‘지속적 책임’
하드웨어의 무결성이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이라면, SDV 시대의 두 번째 관문은 판매 이후 시작되는 ‘지속적 책임’이다. 이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레벨 4 자율주행 서비스와 개인에게 판매한 차량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책임을 요구한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레벨 4 로보택시 시장에서는 기술과 사회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선두주자인 웨이모(Waymo)는 모든 사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초기부터 규제 당국 및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접근을 통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애주기 책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테슬라(Tesla) 역시 주법을 준수하는 방식을 통해, 기술 개발이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선 배포 후 보완’ 전략은 NHTSA의 대규모 리콜을 계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로보택시 프로그램은 테슬라의 변화를 상징한다. 단기간에 서비스 구역을 확대하면서 안전 요원을 동승시키고, 텍사스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합법적 절차에 기반한 운영을 강화했다. 이는 테슬라가 일방적인 기술 푸시에서 벗어나, 규제 준수와 시장 확장의 균형을 모색하며 운송 사업자로서 책임을 증명하고 있다.

Figure 2. Tesla Robotaxi App (출처. 테슬라 X 계정 @robotaxi)
반면 개인에게 판매된 차량의 영역에서는 ‘소비자 신뢰’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려한 기술이나 성능 지표보다 서비스 인프라 및 워런티 정책 같은 기본적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 불거진 오류 코드와 리콜 대응 문제는 이 신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행거리 급감과 충전 제한 같은 명백한 이상 징후에도 정비는 부품 부족으로 수주일 이상 지연되었다. 교체품으로 제공된 재제조 부품은 자원 선순환과 비용 절감이라는 산업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증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교체 후 재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안을 키웠다. 이는 합리적 해결책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임시 대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핵심 부품의 교체 비용이 높게 책정되는 현실에서, 워런티 정책은 소비자의 총소유비용(TCO)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조사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부품 교체를 넘어, 교체 이후 안정성 보장·보증 체계 개선·신속한 서비스 대응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서비스 인프라와 워런티 정책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얼마나 안심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판매 이후의 생애주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전동화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 서비스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라면, 개인 차량은 판매 이후 모든 소비자의 경험을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두 차원의 ‘지속적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신뢰 획득, 미래 시장의 생존 조건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승자는 화려한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판매 이후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를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에 요구된다.
소비자의 신뢰는 배터리 화재 억제 기술에서 시작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책임성, 정비 인프라와 워런티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즉, 제품·서비스·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관리 역량이 곧 경쟁력이다.
나아가 기업은 기술적 안전성 확보를 넘어, 이해관계자와의 투명한 소통, 사회적 수용성, 정책·제도와의 정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추상적 전망에 머무르지 않고, 실현 가능한 안전 대책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현실적 접근만이 전동화·지능화 시대의 관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안전과 신뢰성’은 더 이상 부차적 가치가 아니라, 시장 접근을 위한 새로운 라이선스이자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이 라이선스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들의 총력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규칙이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시장의 승자는 주행거리, 편의 기능, 제로백 등 성능 지표로 결정되었지만, 전기차와 SDV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지금,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가격 경쟁력을 넘어 ‘안전과 신뢰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선호의 변화를 넘어선 현상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규제 기관이 강화된 기술 표준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마케팅 포인트가 아닌,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절대적 전제 조건이 되었다. 과거 Euro NCAP과 같은 충돌 시험이 수동적 안전성의 척도였다면, 이제 시장은 배터리 셀의 열 안정성부터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 OTA 업데이트의 배포 절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한 능동적이고 예방적인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 소유 차량의 ‘절대 안전’
전동화 및 지능화 시대의 첫 번째 관문은 개인이 소유하고 운행하는 차량의 하드웨어와 시스템이 ‘절대 안전’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다. 이는 핵심 부품의 무결성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명확한 책임 소재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배터리는 그 핵심이다. 중국은 2026년 시행 예정인 국가표준(GB 38031-2025)을 통해 기존의 ‘열폭주 후 5분 대피’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열폭주 시 무화재·무폭발을 의무화했다. 이는 ‘발화 제로’를 법제화한 것으로 가혹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CATL은 이에 대응해 2025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NP3.0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열폭주 상황에서도 1시간 이상 고전압을 유지해 차량 제어권을 보장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시대의 사고 책임까지 고려한 기술적 선언으로, CATL은 “안전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시스템 프레임워크”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술적 신뢰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Figure 1. CATL의 Shenxing Pro 배터리에 적용되는 NP 3.0 기술 (출처: CATL)
지리자동차는 ‘지야오통싱(Jiyao Tongxing)’ 브랜드를 통해 ‘안전의 평등화’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지스(Aegis) 골든 브릭’ 배터리를 공개하며 탱크 압착 등 군용 등급에 해당하는 극한 조건 테스트를 통과함으로써, 규제를 뛰어넘는 안전성을 증명하고 새로운 시장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레벨 2 ADAS 역시 규제의 중심에 섰다. 기술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자, 주요 시장들은 운전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2024년 DCAS 규정(UN R171)을 통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을 의무화하며 ADAS를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명확히 정의했다.
중국MIIT는 레벨 2의 기술에 ‘자율주행’ 용어 사용을 금지하며 한계를 명확히 했고, 미국은 NHTSA의 오토파일럿 조사처럼 실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사에 강력한 책임을 묻고 있다. 결국 개인 소유 차량 시장에서는 배터리부터 ADAS까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시장 진입을 규제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출시 이후의 ‘지속적 책임’
하드웨어의 무결성이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이라면, SDV 시대의 두 번째 관문은 판매 이후 시작되는 ‘지속적 책임’이다. 이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레벨 4 자율주행 서비스와 개인에게 판매한 차량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책임을 요구한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레벨 4 로보택시 시장에서는 기술과 사회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선두주자인 웨이모(Waymo)는 모든 사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초기부터 규제 당국 및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접근을 통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애주기 책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테슬라(Tesla) 역시 주법을 준수하는 방식을 통해, 기술 개발이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선 배포 후 보완’ 전략은 NHTSA의 대규모 리콜을 계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로보택시 프로그램은 테슬라의 변화를 상징한다. 단기간에 서비스 구역을 확대하면서 안전 요원을 동승시키고, 텍사스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합법적 절차에 기반한 운영을 강화했다. 이는 테슬라가 일방적인 기술 푸시에서 벗어나, 규제 준수와 시장 확장의 균형을 모색하며 운송 사업자로서 책임을 증명하고 있다.
Figure 2. Tesla Robotaxi App (출처. 테슬라 X 계정 @robotaxi)
반면 개인에게 판매된 차량의 영역에서는 ‘소비자 신뢰’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려한 기술이나 성능 지표보다 서비스 인프라 및 워런티 정책 같은 기본적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 불거진 오류 코드와 리콜 대응 문제는 이 신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행거리 급감과 충전 제한 같은 명백한 이상 징후에도 정비는 부품 부족으로 수주일 이상 지연되었다. 교체품으로 제공된 재제조 부품은 자원 선순환과 비용 절감이라는 산업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증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교체 후 재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안을 키웠다. 이는 합리적 해결책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임시 대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핵심 부품의 교체 비용이 높게 책정되는 현실에서, 워런티 정책은 소비자의 총소유비용(TCO)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조사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부품 교체를 넘어, 교체 이후 안정성 보장·보증 체계 개선·신속한 서비스 대응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서비스 인프라와 워런티 정책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얼마나 안심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판매 이후의 생애주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전동화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 서비스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라면, 개인 차량은 판매 이후 모든 소비자의 경험을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두 차원의 ‘지속적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신뢰 획득, 미래 시장의 생존 조건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승자는 화려한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판매 이후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를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에 요구된다.
소비자의 신뢰는 배터리 화재 억제 기술에서 시작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책임성, 정비 인프라와 워런티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즉, 제품·서비스·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관리 역량이 곧 경쟁력이다.
나아가 기업은 기술적 안전성 확보를 넘어, 이해관계자와의 투명한 소통, 사회적 수용성, 정책·제도와의 정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추상적 전망에 머무르지 않고, 실현 가능한 안전 대책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현실적 접근만이 전동화·지능화 시대의 관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안전과 신뢰성’은 더 이상 부차적 가치가 아니라, 시장 접근을 위한 새로운 라이선스이자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이 라이선스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들의 총력전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