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형 연구위원

L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와 미래 산업 혁신을 이끄는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가’다. 현대자동차에서 차량 개발 프로젝트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 전략을 담당했고, 현재 LG경영연구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와 지속가능 성장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정책, 기술, 시장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으로 친환경 모빌리티와 스마트카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모빌리티글로벌 OEM, 중국과 다시 손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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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서 2027년은 자동차 산업의 결승전이 될 것입니다."

샤오펑(Xpeng) CEO 허샤오펑의 메시지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무한 경쟁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OEM들에게 중국은 거대한 판매 시장이자 저비용 생산기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혁신의 최전선으로 변모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의 기술과 속도를 체화해야 하는 역설에 직면했다. 맥킨지(McKinsey)가 지적한 속도의 격차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통 OEM의 신차 개발이 40~50개월에 달하는 반면, 중국 신생 기업들은 24~30개월 만에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글로벌 OEM들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공식을 쓰고 있다. 이는 단순 전술 변화가 아니다. 그들이 직면한 속도, 신기술, 원가라는 세 가지 근본적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이며, 100년 넘게 이어온 서구 중심 패러다임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1. 속도의 격차, 권한 위임으로 돌파하다

전통 OEM의 가장 큰 약점은 느린 의사결정 구조와 긴 개발 기간이다. 닛산(Nissan)의 사례는 이 속도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극적인 선택을 보여준다. 2023년 닛산의 글로벌 경영진은 중국 현지 전기차 시승 후 받은 충격으로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결정했다. 한 고위 임원은 "중국의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고 시인했다.

결단은 파격적이었다. ‘글로벌 통일성’이라는 철칙에서 본사가 주도하던 제품 개발 권한을 현지 합작법인 둥펑닛산에 위임한 것이다. 저우펑 둥펑닛산 부총경리의 말처럼 "친환경차의 99.9% 의사결정권"을 확보한 중국 팀은 경쟁력 부족으로 개발 중단 위기였던 전기차 세단 ‘N7’을 시장의 요구에 맞춰 2025년 재탄생시켰다. 결과는 출시 50일 만에 2만 대 주문을 확보했으며 속도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중앙 통제가 아닌 현장의 자율성이 답임을 증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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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둥펑닛산의 N7 (출처: 닛산 글로벌 뉴스 웹사이트)


2. 기술의 격차,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메우다

글로벌 OEM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은 전동화 및 지능화 역량이다. 폭스바겐(VW)은 야심작 ID 시리즈가 중국 소비자의 높은 디지털 경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자체 개발이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신속한 외부 수혈로 방향을 틀었다.

그들의 행보는 전방위적이다. 2024년부터 샤오펑(Xpeng)에 지분을 투자해 검증된 전기차 플랫폼과 E/E 아키텍처를 확보하고, 썬더소프트(ThunderSoft)와 손잡아 인포테인먼트 역량을,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보강한다.

이처럼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함을 인정한 현실적 선택이다. 부족한 기술 조각을 가장 잘하는 외부 파트너를 통해 빠르게 맞춰나가는 실용주의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체 개발이라는 전통적 접근법보다, 검증된 외부 기술을 신속하게 체화하는 실용적 전략은 시장에서의 생존이 우선임을 인정한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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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VW의 New China Electrical Architecture (출처: VW그룹 공식 홈페이지)


3. 원가의 격차, 전략적 아웃소싱으로 뛰어넘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전기차 시장, 특히 ‘가성비’ 영역은 막대한 투자 없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협력은 중국 자동차 기업과의 원가 격차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2023년 10월, 립모터(LeapMotor)에 16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고, 중국 외 시장의 독점 판매권을 갖는 합작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한 것이다.

‘전기차계의 유니클로’라 불리는 립모터는 핵심 부품 65%를 자체 개발하는 수직계열화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자랑한다. 스텔란티스는 직접 저가 전기차를 개발하는 대신, 립모터의 제품을 자사의 글로벌 판매망에 얹어 단숨에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스텔란티스에게는 가성비 전기차 라인업을, 립모터에게는 글로벌 판매망을 안겨주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글로벌 OEM이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세일즈 파트너’가 되는 전례 없는 역할 전환이자 원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영리한 아웃소싱 전략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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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글로벌 판매를 위해 준비 중인 Leapmotor (출처: 스텔란티스 공식 홈페이지)


반격의 서막, 다시 중국 시장에서의 역전을 꾀하다.

글로벌 OEM들의 새로운 중국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디리스킹(De-risking)과 같은 방어적 개념을 넘어선다. 우리는 지금 자동차 산업 100년사에서 전례 없던 글로벌 OEM들의 반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과거 기술과 자본, 혁신이 서구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일방적 흐름은 끝났다. 이제 중국의 속도와 기술, 비즈니스 모델이 역으로 글로벌 표준에 영향을 미치고, 서구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역혁신(Reverse-Innovation)’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배우는 시장이 아닌, 가르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급변하는 산업 지형 속에서 어떻게 이 거대한 파도를 활용하며 우리만의 경쟁력을 지켜낼 것인가? 이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기술 패권이 재편되는 시대, 우리 모두가 직면한 공통의 화두다. 변화의 방향을 직시하고,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 바로 거기에 생존과 번영의 열쇠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