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상 상무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A2Z)



자율주행과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전략가’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국제 표준기구(UN, ISO) 활동, 정부 자율주행 정책

협의체 등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글로벌 정책 전략, 

표준화 협력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현재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글로벌정책전략실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자율주행 상용화, 글로벌 시장 진출, 국제 정책 협력 등 첨단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모빌리티자율주행 기술패권 세계대전 4편 : 한국 - 한국은 왜 다르게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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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발점은 유럽과의 기준 조화다. 1958년 유엔에서 합의된 형식승인 상호인정 체계에 참여해 UNECE 규정을 국내 자동차안전기준(KMVSS)으로 신속히 반영해 왔다. 동시에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 전환의 역사를 지닌다. 1971년 형식승인제로 출발했고, 미국과의 통상을 위해 1997년 자기인증 도입을 결정해 법령 정비를 거친 뒤 2003년 1월 세계 최초로 형식승인에서 자기인증으로 전환했다. 제도는 미국식 자기인증이지만 규제 문화는 유럽식 포지티브 규정의 색채가 짙어, 허용 요건을 촘촘히 마련한 뒤 시장을 여는 방식이 기본값이 됐다.


이 틀 안에서 한국은 정책 선도국의 면모를 보여왔다. 2019년 12월 31일 세계 최초로 레벨3 안전기준을 제정해 작동 조건과 안전대책 등을 법제화했고, 2024년 3월 19일 대중교통과 물류를 한정으로 하는 레벨4 안전기준도 세계 세 번째로 마련해 상위 단계의 책임과 절차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렸다. 유럽이 국제 규정을 만들면 한국은 이를 빠르게 국내화해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을 축적했다.


e5a79eac8e78e.png이미지 출처: Sora로 생성


한국의 특수성은 통상 환경에서 더 분명해진다. 자동차관리법은 모든 차량의 KMVSS 적합을 원칙으로 하되, 시행규칙 제114조가 FTA 특례를 인정한다. 한미 FTA 부속 합의에 따라 직전 연도 한국 판매 5만 대 이하의 미국산 차량은 제조사가 FMVSS 적합을 자가증명하면 KMVSS에 적합한 것으로 본다. 이 5만 대 상한마저도 얼마 전인 2025년 11월 개정으로 폐지됐다. 면책이 아니라 조건부 특례지만, 국내 업체가 포지티브 규정을 일일이 충족해야 하는 것과 달리 일부 수입차는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 기반 요건으로 진입해 체감 규제 환경의 비대칭이 생긴다.


이 대비는 자율주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은 조향장치 세부 규정이 느슨하고 사후 책임을 전제로 한 자기인증에 기대어 빠른 실험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국제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국내 도로 환경과 안전 기대를 반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럽식 확실성과 미국식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왔고, 그 과정에서 기준을 조기에 정비하고 시험, 인증 인프라 등을 확장해 왔다. 로보셔틀, 원격운영, 도시 단위 실증처럼 운영 개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민첩함도 한국 생태계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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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Nano Banana Pro로 생성


산업 지형에서 한국의 위치는 연결자에 가깝다. 유럽과의 기준 조화는 글로벌 시장과 곧바로 맞물리고, 동시에 통상 특례와 자기인증이라는 미국식 제도 환경도 함께 다룬다. 국제 표준의 언어로 말하면서 국내에서 실증과 상용화를 병행해 온 경험은 한국만의 자산이다. 왜 우리는 유럽과 기준을 맞추면서도 미국과의 FTA 특례를 운영하고, 그 사이에서 레벨3와 레벨4 기준을 앞서 마련했는가. 수출국가의 신뢰, 내수의 안전 기대, 기술 실험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복합 목표 때문일 것이다. 규제와 시장, 통상과 산업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한국은 이미 다른 길을 걸어왔다. 미국의 속도, 중국의 동원, 유럽의 원칙이 맞부딪치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은 이 셋을 번역하고 조율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며 언제 어디서 보폭을 넓힐 것인가이다. 연결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한국은 신산업 어디서든 통하는 선구자이자 거인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