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출발점은 언제나 규제다. UN 1958년 형식승인 상호인정 협정 이후 70년 가까이, 유럽은 "규제를 먼저 만들고 시장을 연다"라는 규제 프레임 문화를 산업의 첫 단추로 삼아왔다. 절차도 합의가 핵심이다. 1958 협정(AC.1)은 출석 투표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제 규정(UN Regulations)을 채택하고, 1998 협정(AC.3)은 만장일치 찬성으로 글로벌 기술규정(GTR)을 채택한다. 이 원칙주의는 안전 · 책임의 확실성을 담보하지만 초기 속도는 느리다.

이미지 출처: Gemini Nano Banana로 생성
유럽의 자율주행 전략은 그래서 '법과 규제의 대륙'이다. 안전과 책임을 전제로 충분한 사전 요건을 충족해야만 진입을 허용하는 전형적 포지티브 규제를 택한다. 실제로 2017년 3월 UNECE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국제 논의를 시작했고, 5년을 거쳐 2022년 6월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 규정인 UN R157을 승인했다. 같은 해 EU는 완전자율 주행차(ADS) 형식승인 위임 · 이행규정을 연달아 마련했고, 지금은 2027년 3월을 목표로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규정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10년이라는 최장기간에 걸쳐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다. 즉, 유럽은 "사전 요건을 촘촘히 깔고" 문을 여는 쪽으로,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와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다. 5년 걸려 만든 세계 최초 레벨3 규정이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증 제조사는 단 3곳에 그친다.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은 혼다는 일본 내 100대 한정 생산에 그쳤고, 두 번째인 메르세데스-벤츠만 현재까지 판매 중이며, 세 번째인 BMW는 인증은 받았으니 1년이 넘도록 미판매 상태다. 규정은 열렸어도 기능 · 속도 · 책임 요건을 모두 맞춰 대량 양산과 상용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산업 경쟁력도 압박받는다. 미국 컨설팅펌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순위 20개 기업 중 미국이 15개, 중국 3개로 90%를 차지했고, 한국 1곳, 유럽도 영국 Wayve 1곳에 불과하다.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전환 리스크도 실적을 흔들었다. 폭스바겐은 2019년 포드와 함께 Argo AI에 총 36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입했지만 2022년 폐업으로 투자 손실을 떠안았고, 내부 소프트웨어 조직 Cariad는 2022년 영업손실 21억 유로와 출시 지연을 기록했다. 결국 2024년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자체 스택 올인'에서 외부 역량 결합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물론 유럽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강점인 신뢰 가능한 안전 · 책임 체계와 협정국으로의 시장 확산력은 지난 70년간 검증돼 왔다. 한 번 기준을 통과하면 회원국 상호인정으로 세계 전역에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때문에 직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원칙을 무기로 속도를 보완해 규정의 확실성을 시장 개화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레벨3의 교훈을 살려 레벨4는 규정화와 동시에 합의된 범위에서 상호인정 · 개방형 제휴를 병행한다면, 유럽은 '느리지만 멀리 가는' 방식으로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미 · 중의 속도전에 맞서는 유럽의 결론은, 결국 원칙과 속도의 화해인 것이다. 이러한 3개의 축인 거대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유럽의 출발점은 언제나 규제다. UN 1958년 형식승인 상호인정 협정 이후 70년 가까이, 유럽은 "규제를 먼저 만들고 시장을 연다"라는 규제 프레임 문화를 산업의 첫 단추로 삼아왔다. 절차도 합의가 핵심이다. 1958 협정(AC.1)은 출석 투표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제 규정(UN Regulations)을 채택하고, 1998 협정(AC.3)은 만장일치 찬성으로 글로벌 기술규정(GTR)을 채택한다. 이 원칙주의는 안전 · 책임의 확실성을 담보하지만 초기 속도는 느리다.
이미지 출처: Gemini Nano Banana로 생성
유럽의 자율주행 전략은 그래서 '법과 규제의 대륙'이다. 안전과 책임을 전제로 충분한 사전 요건을 충족해야만 진입을 허용하는 전형적 포지티브 규제를 택한다. 실제로 2017년 3월 UNECE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국제 논의를 시작했고, 5년을 거쳐 2022년 6월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 규정인 UN R157을 승인했다. 같은 해 EU는 완전자율 주행차(ADS) 형식승인 위임 · 이행규정을 연달아 마련했고, 지금은 2027년 3월을 목표로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규정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10년이라는 최장기간에 걸쳐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다. 즉, 유럽은 "사전 요건을 촘촘히 깔고" 문을 여는 쪽으로,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와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다. 5년 걸려 만든 세계 최초 레벨3 규정이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증 제조사는 단 3곳에 그친다.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은 혼다는 일본 내 100대 한정 생산에 그쳤고, 두 번째인 메르세데스-벤츠만 현재까지 판매 중이며, 세 번째인 BMW는 인증은 받았으니 1년이 넘도록 미판매 상태다. 규정은 열렸어도 기능 · 속도 · 책임 요건을 모두 맞춰 대량 양산과 상용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산업 경쟁력도 압박받는다. 미국 컨설팅펌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순위 20개 기업 중 미국이 15개, 중국 3개로 90%를 차지했고, 한국 1곳, 유럽도 영국 Wayve 1곳에 불과하다.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전환 리스크도 실적을 흔들었다. 폭스바겐은 2019년 포드와 함께 Argo AI에 총 36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입했지만 2022년 폐업으로 투자 손실을 떠안았고, 내부 소프트웨어 조직 Cariad는 2022년 영업손실 21억 유로와 출시 지연을 기록했다. 결국 2024년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자체 스택 올인'에서 외부 역량 결합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물론 유럽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강점인 신뢰 가능한 안전 · 책임 체계와 협정국으로의 시장 확산력은 지난 70년간 검증돼 왔다. 한 번 기준을 통과하면 회원국 상호인정으로 세계 전역에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때문에 직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원칙을 무기로 속도를 보완해 규정의 확실성을 시장 개화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레벨3의 교훈을 살려 레벨4는 규정화와 동시에 합의된 범위에서 상호인정 · 개방형 제휴를 병행한다면, 유럽은 '느리지만 멀리 가는' 방식으로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미 · 중의 속도전에 맞서는 유럽의 결론은, 결국 원칙과 속도의 화해인 것이다. 이러한 3개의 축인 거대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